여성의 몸은 범죄가 아니다.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 ‘낙태죄’ 전면폐지를 위한 전북지역 여성 · 시민사회단체 2020년 10월 13일 오전 10시 전북 도의회 앞 |
<기자회견문> 여성의 몸은 범죄가 아니다. 낙태죄 ‘완전 폐지’ 하라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은 낙태죄가 1년 6개월 만에 망령처럼 부활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이다. 지난 10월 7일, 정부는 낙태죄 정부 입법예고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여성의 결정에 의한 임신중지가 가능한 시기는 임신 14주까지로 한정하고, 이후부터 임신 24주까지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상담과 숙려기간을 전제로 임신중지 여부를 허락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임신 14주에서 24주로 추정되는 시기에 임신중지를 하고자 하는 여성은 그 사실을 상담 기관을 통해 증명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의무적인 숙려기간을 위해 24시간을 대기한 뒤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는 실질적으로 임신중지 결정을 돌이키거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같은 제도를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도 확인되어 왔다. 오히려 임신중지 시기만을 늦출 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 규정은 프랑스에서도 2015년 폐지되었고, 영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가에서도 의무적인 숙려기간 없이 상담은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규제로서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낙태의 가장 명백한 원인은 원치 않는 임신이다. 그럼에도 이를 방지하는 어떠한 정규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는 여성의 몸에 온전히 떠넘겨지고 있다. 임신과 임신중지는 여성의 몸에 일어난 별개의 현상이 아니다. 재생산 권리는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원하는 임신과 출산을 할 권리와 동등하게 이를 하지 않을 권리, 장애ㆍ경제적 사유ㆍ비혼 등 개인이 출산과 양육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도 원한다면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권리,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낙태를 처벌하고 허락할 기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다. 여성들에게는 출산 만큼 임신중지 역시 무거운 책임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므로 처벌이 두려워 임신중지를 하지 않을 여성은 없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신의 삶과 태어날 아이의 삶까지 고려해서 내린 여성들의 결정에 대해 국가가 ‘처벌’로서 개입하는 것은 반인권적인 처사이다. 모든 임신중지는 의료서비스로서,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안전한 성관계와 피임,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모든 여성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이번 입법예고안에서는 심지어 의사의 의료행위 거부권까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상담과 숙려기간을 거친 후 의료기관을 찾아갔을 때 의사가 거부할 경우 여성은 다시 상담기관으로 연계된다. 임신한 여성이 직장이나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다른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경우,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여성들의 건강권을 크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신중지 방법으로 알려진 유산유도약물은 WHO 필수의약품으로도 지정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로 인해 불법 약물을 구입한 여성들의 피해가 계속 보고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여성의 건강권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정부가, 여성을 처벌하는 기준만을 입법안으로 내놓은 셈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의료진 교육과 보험 적용, 보건의료 체계 및 인프라의 전면적인 재정비 등과 같은 실질적인 조치인 것이다. 정부는 형법상의 낙태죄 처벌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라. 새로운 낙인과 허용의 기준이 아닌, 임신중지를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로써 공공의료 영역에서 보장하는 법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위기 임신에 대한 예방 사업이 아닌 임신중지와 유지, 출산과 양육 전반의 성과 재생산의 권리에 대한 지원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 1. 여성의 몸은 범죄가 아니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2.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삭제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하라!! 3. 그 어떠한 여성도 임신중지로 처벌받지 않도록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을 전면 삭제하라!! 4.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 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의료서비스로써 보장하라!! 5. 유산 유도 약물을 즉시 국내 도입하라!! 2020년 10월 13일 ‘낙태죄’ 전면폐지를 위한 전북지역 여성 · 시민사회단체 군산성폭력상담소, 군산여성의전화, 남원YWCA통합상담소, 노동당전북도당, 민주노총전북본부,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아시아이주여성쉼터, 언니들의병원놀이,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익산여성의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북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전라북도성소수자모임열린문,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전북기본소득당(준), 전북녹색연합, 전북대학교부설여성연구소,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전북여성연구회,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북희망나눔재단, 전주비정규직노동네트워크, 전주여성의전화, 정의당전북도당, 진보당익산시지역위원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책방토닥토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