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투표하겠다! 지난 4월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명의 활동가들이 모든 사람이 고르게 존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오늘로 37일이 되었다. 두 사람이 곡기를 끊은 지 40일이 가까워져오는 동안 시민들이 국회에서 목격한 모습은 참담할 뿐이다. 국회는 평등사회의 밥상에 함께 앉기를 바라는 단식자 두 사람과 시민들의 절실한 요구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는 이미 15년 전이었고, 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는 10만 국민동의청원과 21대 국회의 차별금지법·평등법 관련 여론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대선 기간의 여론조사에서 70%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는 법안이 차별금지법이었으며, 어떤 대선후보의 지지율도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최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6.6%가 차별금지법 찬성했고, 5월 3일부터 4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7%가 성적지향, 성별, 장애, 학력 등을 이유로 하는 모든 차별에 대해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이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착각하는 것과 다르게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공감을 넘어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첫 공식 보고안건으로 차별금지법이 다루어졌다. 의총에 대해 민주당은 “‘지금까지 국회에서 공론화조차 되지 못한 현실은 시대적 요구 상황에 맞지 않는다’, ‘최소한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고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 할 일은 공론화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반성을 한다면 15년간 차별금지법 제정을 ‘나중에’로 미뤄온 행보를 중단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나중에’로 미루겠다는 정치는 더 이상 시민들에게 필요하지 않다. 민주당이 책임을 지겠다면 국회에서의 공론화가 아니라 이제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사과하고 법 제정에 함께 해야 한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여성가족부 폐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장애인 시민들의 차별 없는 사회에 대한 요구를 매도하는 혐오 선동으로 표를 모으려는 퇴보적 정치를 지속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삭제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성비위를 비롯한 차별과 혐오 조장의 전력이 드러나며, 여당과 윤석열 정부 스스로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혐오와 차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퇴행적 정치를 중단하고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해야 된다. 시민들은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고 모두가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촉구하고 있는데도 국회의원들만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만들고 있는 시민사회에서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정책질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북지역 국회의원 단 한명도 이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으며 타 지역의 지역구 의원 대부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차별과 혐오라는 민생문제가 다뤄지지 않는 사회에서 언제까지 시민들에게 투표하라고만 할 것인가. 차별의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기간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에 의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계속되었다. 전북지역 지방자치단체 장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선거 공약으로 밝히고 공식행사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고, 기초의원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발언을 하며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 해결 없이 6.1 지방선거는 민생을 책임지는 선거가 아닌 권력다툼일 뿐이다. 이에 오늘 13개 지역에서 더 이상 정치권력 유지만을 목표로 한 선거논리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지 말 것을 함께 외친다. 시민들이 차별 없이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정치권이 가로막지 말라는 경고다. 우리는 제8대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본선거 기간 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차별과 혐오 선동을 표현의 자유라고 외치며 차별금지법·평등법을 가로막는 이들이 아니라 차별 없이 존엄함을 누려야 한다고 외치는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인들이다.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법 제정을 늦추고 막아서는 세력을 거부할 것이다. 우리는 차별 없이 존엄한 평등사회를 위해 싸우는 전국의 시민들과 연대하여 차별금지법을 쟁취할 것이다. 2021년 5월 17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투표하겠다!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전북지역 참석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