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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 사건 재판부 규탄및 엄중처벌촉구 기자회견2020-06-22 13:41
작성자 Level 8

기자회견문

 

전북 문화예술계 박교수 성폭력 사건

재판부 규탄 및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

  

20182, 전북지역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지목된 최모씨는 죄를 인정하고 처벌받았다. 하지만 두 번째 지목된 이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들이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리자 자살소동을 벌이며 기자들에게 유서를 유포했다. 그리고 재판 내내 끊임없이 2차 피해를 주던 가해자는 1심에서 1년의 실형을 받았고 그 자리에서 구속 수감되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첫 공판이 시작되던 날부터 피고인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1심에서 이미 증언한 바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또 다시 소환했다.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다 배려할테니 증인으로 오게 하라던 재판부는, 증인신문 당일 피고인 퇴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이 퇴정하지 않아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보지 않도록 비대면을 요구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의 항의로 겨우 파티션으로 가릴 수 있었지만, 피해자는 파티션 너머의 피고인의 탄식과 말소리를 들으며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권력, 힘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특성을 이해하고 있다면, 비대면은 피해자의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분명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다 배려하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정작 증인으로 나왔을 때는 비대면조차 허용하지 않으려하는 등 피해자의 권리보장에는 무관심했다.

 

증인신문과정에서 재판부는 소환된 피해자 가족에게 남편으로서 사건 당일 아무런 조치도 안취했습니까? 화가 나거나 분노가 일지 않았습니까?’라고 다그치듯 물었다. 이는 성폭력 직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통념이 작동한 것이다. 또한 피고인을 외간 남자라고 지칭함으로서 위계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남여간의 성문제로 바라보는 재판부의 가부장적 인식수준을 드러냈다.

 

지난 2020619, 항소심 재판부는 유례없는 공판준비 기일을 급하게 잡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할 수 있으며 설득력이 있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영수증을 비롯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 법정에서 판사는 '진술보다 확실한 건 증거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미 2018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성폭력 사건 심리 시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증거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하는 재판부는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

 

2013619. 친고죄가 폐지되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오래전 사건을 이제야 말하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진술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오래된 사건의 증거를 찾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제라도 말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그래서 재판부가 증거주의에만 입각하여 성인지감수성을 갖지 않는다면, 피해자에게는 2차 피해를,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곧, 성범죄를 방조하는 것과 같다.

 

오늘 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은 재판부가 심리가 오래될 것으로 보이고 불구속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바로 그 날, 가해자의 보석 신청을 허가하여 그가 석방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피고인 측의 증인신문도 남아있었고, 구속기간도 남아있던 시점이었다. 가해자가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남은 증인신문을 위해 권력을 이용해 회유할 수 있도록, 재판부가 적극 도운 셈이다. 우리는 더 이상 피고인의 권리와 증거주의만을 우선시하여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

 

피고인은 오랜 세월 지역 문화예술계의 권력자로 있으며 얻은 지지기반과 유명세를 이용해 학생들과 자신보다 지위가 약한 사람에게 온갖 갑질과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리고 피고인은 구속된 지 135일 만에 보석으로 석방되었고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수많은 시민들은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기억해야할 것은 공소제기 된 두 명의 피해자만이 아니다. 이미 수 십장의 사실 확인서를 통해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재판부는 들어야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유무형의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적 침해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더 철저히 감시하고, 권력의 오남용이 묵과되어 더 많은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의 권리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권리 또한 충분히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 심각한 인권침해와 2차 피해를 자행하고도 전과 다름없이 일상을 살게 된 가해자를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

 

우리는 피해자가 형사사법절차의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고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피해자와 함께 끝까지 연대하고 지지하며 성 평등 정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성폭력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자행하고 구속되어 있던 성폭력가해자를

합당한 이유 없이 풀어준 재판부를 규탄한다!

법원은 보석 허가결정을 즉시 취소하라!.

-검찰은 성인지 감수성 없는 재판부를 당장 기피 신청하라!

-고등법원은 성폭력범죄에 대해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사건을 심리하라!

-재판부는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

 

2020622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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